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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s Bioscience/영화와 과학

영화 가타카(Gataca)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

이 영화는 11년전에 만들어진 공상과학 영화로서 앞으로 발전할 생명과학 기술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고 무섭게 표현한 영화가 되겠습니다. 영화와 연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다루셨기에 필자는 영화에서 나오는 기술들이 현대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허구적인 면은 어떤것이 있는지  다뤄보겠습니다.


영화에서는 갓 태어난 신생아의 다리에서 혈액을 채취하여 질병 사망 나이를 알아낸다.

유전자 검사로 사람의 운명을 알수 있다?


주인공 빈센트가 태어나는 장면을 보면 요상한 기계로 발에서 혈액을 채취하여 순식간에 아이의 모든 질병에 걸릴 확률을 분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장질환, 탈모 심지어 예상 수명까지 순식간에 알아냅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우선 검사 시간이 빠른것은 가능합니다. 영화처럼 금방 나올수는 없지만 몇년내에는 단 몇분만에 검사결과를 알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겁니다. 현재도 이 방법과 유사한 검사 방법이 있는데 바로 DNA chip을 이용한 분석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 저희 병원에서도 자궁암 검사에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방법은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각종 암을 조기 진단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법을 설명하기에는 복잡하기에 pass~^^;; 
그렇다면 인간의 혈액에 있는 DNA 정보만으로 질병 확률, 생존 나이까지 알수 있을까요?  인간의 운명을 알수 있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만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가 많습니다. DNA가 인체의 설계도이고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2000년 초에 끝난 genome project 때문에 이러한 설계도도 완성했습니다. 이제 설계도만 해석한다면 인간의 모든 정보를 알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설계도는 있는데 읽을수가 없습니다. 신이 너무나도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Genome project 완료 후 놀라웠던 사실은 인간의 유전자 갯수가 겨우 2,1000개 밖에 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전에 과학자들은 최소한 10만개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리가 1~2만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니까 유전자만 놓고 본다면 인간과 파리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몇개의 차이가 인간과 파리를 만들었습니다. 침팬치의 경우 인간의 DNA와 98.8%가 동일 합니다. 2%도 안돼는 차이로 인간과 침팬치로 갈라지게 된겁니다(DNA와 유전자의 차이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어쩌면 파리인간도 존재했을수도 있었다...

이러한 유전자의 복잡성말고도 환경적인 문제도 작용을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에 잘 안걸리는 유전형이 있다고 치고 그것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 태어났을때는 암에 걸릴 확률이 낮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유전자만 믿고 흡연, 음주에 고기만 먹는다면 결국 암에 걸릴 확률이 올라갈 것입니다. 인간은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것이 아니고 60조개의 세포가 외부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변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점이 인간의 유전자를 전부다 이해하고 해석한다고 해도 태어난 아기의 운명을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질병은 유전자 검사만으로 발병 나이까지 알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입니다. 이 병은 쉽게 말해 치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질병은 4번 염색체의 헌팅턴이라 불리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유전자 안에는 CAG가 반복되는 구간이 있습니다(DNA는 아데닌(A), 티민(T),시토신(C), 구아닌(G) 4개의 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반복되는 횟수에 의해 질병이 발병한다는 것입니다. 정상인은 39번 미만 반복되지만 39이상 반복되는 사람에서는 헌팅턴 병이 발병합니다. 반복횟수에 따라 발병 나이까지 정해져버리는데, 39번 반복하면 90%는 75세 이전에 발병하며 평균적으로 66세에 발병합니다. 41번이면 54세, 42번이면 37세, 50번 정도 반복하면 27세 정도에 지능을 잃어버립니다. 이병은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아직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이러한 운명을 가지는 것입니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이 운명이 바뀌지 않습니다. 단지 CAG가 몇번 더 반복되는 것으로 정상과 비정상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 포크송 가수 Woody Guthrie가 1967년 헌팅턴 병으로 사망하면서
헌팅턴병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인공 빈센트는 유전적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교육, 의료, 취업에 있어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겸상적혈구빈혈증(sickle-cell anemia)입니다. 이 병은 11번 염색체의  hemoglobin beta 유전자(HBB)에 돌연변이 생겨 발생하며 적혈구의 모양에 이상이 생겨 산소 공급이 원할하지 않아 극심한 빈혈을 유발하게 됩니다. 유전적으로 본다면 이사람은 분명 일반인과 달리 유전적 결함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오히려 이 사람들이 축복받은 자들입니다. 이유는 이 질병은 갖는 사람은 말라리아에 잘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라리아 기생충은 적혈구에 번식하는데 이 사람들의 적혈구는 이미 기형적이기 때문에 말라리아 기생충이 번식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의 많은 흑인이 이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 질병을 갖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살아남을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겸상적혈구는 일반적인 적혈구에 비해 기형적이라 산소 공급이 원할치 않지만 말라리아에 강하다.

이렇듯 유전자라는 것은 유열을 가릴수 없고 어떤 유전자가 좋고 나쁘다고 말할수 없으며 유전자가 그 사람의 모든것을 알게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할일은 신이 주신 육신과 재능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인간의 모든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그것을 통하여 그사람의 질병과 성향, 수명까지 알수 있는 날도 올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종 차별은 옛말이 돼고 유전자차별이라는 말이 생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디 그러한 어리석은 생각이 생기질 않기 기도합니다.

가타카에서 훌륭한 연주를 한 사람은 육손이었다. 손가락을 5개 가진 사람은 칠수 없는 연주였던 것이다.